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신동 (Das Wunderkind)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신동 (Das Wunderkind)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신동이 들어오자 홀 안이 조용해진다. 잠잠해진 가운데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옆쪽 어디에선가 우민의 지도자인 세습 군주가 먼저 박수를 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아이와는 상관없이 벌써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박수갈채를 끌어내는 이 꼬마의 솜씨는 얼마나 노련한가! 가리개 뒤에서 청중들을 기다리게 하고, 무대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약간 머뭇거리고, 오래전부터 질렸을 화환의 알록달록한 공단 리본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즐겁게 살펴보고, 또 귀엽고 망설이듯 인사하고, 청중에게 미친 듯이 박수를 칠 시간을 주어서 그들의 손이 만들어 내는 귀중한 소리가 하나도 헛되지 않게 할 줄 알았다. ​ '부엉이는 내 히트.. 2020. 5. 19.
토니오 크뢰거 (Tonio Kröger)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토니오 크뢰거 (Tonio Kröger)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토니오는 입을 다물었다. 눈빛이 어두워졌다. 한스는 오늘 점심에 같이 산책하기로 한 걸 잊고 있다가 이제 다시 떠올린 게 분명했다. 토니오 자신은 이 약속을 한 뒤로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직 이 순간만 손꼽아 기다려 오지 않았던가! 토니오게게 자작시를 적은 공책이 있다는 사실이 본인의 실수로 알려지면서 학우와 교사들은 그를 좋지 않게 생각했다. 남들의 이런 반응에대해 토니오는 화를 내는 것이 바보 같고 저급하게 여겨져, 그렇게 대응하지는 않고 오히려 학우와 교사들을 경멸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지 않아도 평소에 매너리즘에 빠진 그들의 사고방식을 역겨워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개인적 약점을 신통하게도 훤.. 2020. 5. 19.
행복에의 의지 (Der Wille zum Gluck)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행복에의 의지 (Der Wille zum Gluck)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이런 무표정한 얼굴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우리 둘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끌렸고, 그래서 붉은 수염 선생님이 우리를 나란히 앉게 했을 때 무척 기뻤다. 그 뒤로도 우리는 계속 붙어 다녔고, 함께 교양을 쌓고 매일 도시락을 바꾸어 먹었다. 학창 시절 내내 우리의 우정은 처음에 생겨났을 때와 비슷한 이유로 계속 유지되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동급생들에 대한 '거리 두기의 파토스' 였다. 열다섯 살에 남몰래 하이네를 읽고, 김나지움 4~5학년에 세상과 인간에 대한 확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파토스였다. 파올로는 집까지 가는 내내 흥분해 있었다. 아니,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2020. 5. 19.
키 작은 프리데만 씨 (Der kleine Herr Friedeman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키 작은 프리데만 씨 (Der kleine Herr Friedeman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그건 보모 탓이었다. 처음 의심이 들었을 때 그런 나쁜 습관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프리데만 영사 부인이 따끔히 타이른 것도 소용이 없었고, 매일 영양가 많은 맥주 외에 적포도주를 한 잔씩 준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지가 뒤틀린 채 실룩거리는 갓난아이를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살피던 의사가 무척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 시절 요하네스는 아름다운 꽃이 늘 활짝 피어 있는 거실 창가에 조그만 걸상을 갖다 놓고 어머니 발치에 앉아, 정갈하게 탄 가르마 부분이 벌써 하얗게 센 어머니의 머리와 선하고 온화한 얼굴을 쳐다보고, 어머니의 몸에서 항상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을 마.. 2020. 5. 19.
청결하고 불빛 밝은 곳 (A Clean, Well Lighted Place) - Ernest Hemingway, USA 1933 청결하고 불빛 밝은 곳 (A Clean, Well Lighted Place) - Ernest Hemingway, USA 1933 "지난주에 자살해 버리지 그러셨어요." 그가 귀먹은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이 손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 "조금 더." "자넨 젊고, 자신감 넘치고, 일자리도 있지." 나이가 위인 웨이터가 말했다. "자넨 모든 걸 갖고 있지." "그럼 아저씨는 뭐가 없는데요?" "일 빼곤 모두 다." "난 카페에 늦게까지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하나야. 밤이면 잠 대신 불빛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카페에 있고 싶어." "전 집으로 가서 잠자리에 들고 싶어요." "우린 서로 다른 종류의 인간이지. 난 밤마다 카페 문을 닫는 게 싫어. 카페 문이 열려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봐." 그.. 2020. 5. 19.
살인자들 (The Killers) - Ernest Hemingway, USA 1927 살인자들 (The Killers) - Ernest Hemingway, USA 1927 ​ "얘기해 봐, 똑똑한 친구." 맥스가 말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나?" 조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말해 주지." 맥스가 말했다. "우린 스웨덴 사람을 하나 죽일 거야. 자네 올레 안드레손이라는 덩치 큰 스웨덴 사람 알고 있나?" "이제 우리를 딱 한 번 보게 될 거야." 앨이 주방에서 말했다. 두 사내는 문을 나섰다. 조지는 창문을 통해 아크등 아래를 지나 길을 건너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꽉 끼는 외투와 중산모 차림의 그들은, 뮤직홀에 출연하는 콤비처럼 보였다. 조지는 여닫이문을 열고 주방으로 들어가 닉과 요리사를 풀어 주었다. 닉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올레 안드레손은 옷을 입은 채로 침.. 2020. 5. 19.
아주 짧은 이야기 (A Very Short Story) - Ernest Hemingway, USA 1924 아주 짧은 이야기 (A Very Short Story) - Ernest Hemingway, USA 1924 이탈리아 베네토 주 파도바의 어느 무더웠던 저녁, 사람들이 그를 지붕 위로 데려갔다. 덕분에 그는 마을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얼마 뒤 날이 어두워졌고 탐조등이 켜졌다. 사람들은 술병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와 루즈는 발코니에서 아래로 내려간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다. 루즈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 무더운 밤에도 그녀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루즈는 4개월 내내 야간 근무를 서고 있었다. 다들 그녀의 야간 근무를 반겼다. ​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게 되자, 그는 잠이 든 루즈를 깨우지 않으려고 혼자서 체온을 재러 가곤 했다. 복도를 따라 돌아올 때면 그는 자신의 침대에 있는 루즈를 생각했.. 2020. 5. 19.
킬리만자로의 눈 (The Snows Of Kilimanjaro) - Ernest Hemingway, USA 1936 킬리만자로의 눈 (The Snows Of Kilimanjaro) - Ernest Hemingway, USA 1936 킬리만자로는 해발 5,895미터, 아프리카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설산이다. 서쪽 산정은 마사이어로 '신이 사는 집'이란 뜻의 '느가이 느가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서쪽 산정 부근에 바싹 마른 표범의 사체 하나가 얼어붙어 있다. 녀석이 대체 무엇을 찾아 그 높은 곳까지 온 것인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신통하군." 그가 말했다. "썩기 시작한거야." 그늘 밖 햇살이 쏟아지는 평원에는 세 마리의 커다란 새가 음흉하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만해요. 해리, 왜 갑자기 악마로 변해 버린 거죠?" "뭐든 남겨 놓고 싶지가 않아. 뒤에.. 2020. 5. 19.
백년의 고독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 Gabriel Garcia Marquez, Colombia 1967 백년의 고독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 Gabriel Garcia Marquez, Colombia 1967 호세 아르까디오가 침실문을 닫자마자 권총 소리가 집 안을 진동했다. 한 줄기 피가 문 밑으로 새어나와 거실을 가로질러 거리로 나가, 울퉁불퉁한 보도를 통해 계속해서 똑바로 가서, 계단을 내려가고, 난간으로 올라가, 터키인들의 거리를 통해 뻗어나가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았다가, 다른 길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돌아, 부엔디아 가문의 집 앞에서 직각으로 방향을 틀어 닫힌 문 밑으로 들어가서, 양탄자를 적시지 않으려고 벽을 타고 응접실을 건너, 계속해서 다른 거실을 건너고, 식당에 있단 식탁을 피하기 위해 넓게 우회해서 베고니아가 있는 복도를 통과해 나아가다, 아.. 2020. 5. 19.
변신 (Die Verwandlung) - Franz Kafka, Czech 1916 변신 (Die Verwandlung) - Franz Kafka, Czech 1916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확실히 부모님도 그레고르가 굶어죽기를 바라지야 않지마는, 어쩌면 그가 먹는 것에 대해 간접적으로 아는 것 이상은 견딜 수 없었으리라. 그레고르의 근심은 당시에 오로지 모두를 여지없는 절망으로 몰아넣은 사업의 불운을 식구들이 될 수 있는 대로 속히 잊어버리게끔 하는데 진력하는 것이었다.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후일 그레고르가 돈을 많이 벌어, 온식구의 낭비를 감당할 수 있었고 실제로 감당하기도 했건만 말이다. 사람들이 익숙해졌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레고르가 작은 여관방에서 피곤에 지쳐 눅눅한.. 2020. 5. 19.
1984 - George Orwell, UK 1949 1984 - George Orwell, UK 1949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것이 당의 슬로건이다. 문제는 세계의 부를 실질적으로 증가시키기 않으면서 어떻게 공업을 발전시킬 수 있느냐는 데 있었다. 재화는 생산되어야 하지만 분배되어서는 안 되었다. 결국 실제적으로 이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는 전쟁뿐이었다. "옛날 전제군주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었고, 전체주의자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었지만, 우리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되어 있다’는 식이네." 일반적으로 이해력이 좋으면 좋을 수록 착각을 많이 하고,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신이 덜 건전하다. "그건.. 2020. 5. 19.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 F. Scott Fitzgerald, USA 1925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 F. Scott Fitzgerald, USA 1925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내가 잠시나마 인간의 짧은 슬픔이나 숨 가쁜 환희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렸던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 이용한 것들,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 때문이었다. 그는 데이지한테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는데, 그녀의 사랑스러운 눈으로부터 나오는 반응 정도에 따라 자기 집의 모든 것을 재평가하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그녀가 눈앞에 나타난 이상, 다른 그 무엇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것처럼 이따금 그는 자신의 소유물들을 멍한 시선으로.. 2020. 5. 19.
수레바퀴 아래서 (Unterm Rad) - Hermann Hesse, Deutschland 1906 수레바퀴 아래서 (Unterm Rad) - Hermann Hesse, Deutschland 1906 구름의 그림자가 서둘러 골짜기 너머로 흘러가고, 해는 이미 산기슭에 거의 닿아 있었다. 잠시 한스는 몸을 내던진 채 울부짖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 대신에 헛간에서 손도끼를 들고 나와서는 가냘픈 팔로 마구 휘둘렀다. 토끼집이 산산조각으로 쪼개져 버렸다. 나무 조각들은 이리저리 퉁겨 올랐고, 철못들은 삐걱 하는 소리를 내며 휘어지고 말았다. 지난해 여름에 쓰다 남은 썩은 토끼 먹이들이 밖으로 드러났다. 한스는 닥치는 대로 손도끼를 휘둘러댔다. 마치 토끼와 친구 아우구스트, 그리고 어린 시절의 옛 추억들을 모두 지워버릴 수 있기나 한 것처럼. 모범 소년 한스는 가슴이 저리는 듯한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 2020. 5. 19.
젊은 예술가의 초상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 James Joyce, Ireland 1916 젊은 예술가의 초상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 James Joyce, Ireland 1916 자기 자신 또한, 자라나서 그 세계의 삶에 참여하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당장은 그 내용을 잘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성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여겨지던 커다란 자기 몫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그는 남몰래 준비하기 시작했다. 애들의 바보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자기가 다른 애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클롱고우스 시절보다도 더 민감하게 느껴졌다. 그는 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기 영혼이 그 동안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던 그 실체 없는 이미지와 실제 세상에서 맞딱드리고 싶었다. 그는 어디서 그것을 찾을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인도하고있.. 2020. 5. 19.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 Jerome David Salinger, USA 1951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 Jerome David Salinger, USA 1951 그래서 난 동생 앨리의 야구 미트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애는 나보다 두살 어렸지만, 오십배 정도는 더 똑똑했다.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다. 어른들은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들은 쉽사리 성질을 부린다고 했지만 앨리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무슨 일에나 잘 웃는 아이였다. 한번은 저녁 식사를 하다가 너무 웃어서 의자에서 떨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누구라도 그 애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난 겨우 열 세살이었을 때, 차고의 유리를 전부 다 깨부수는 바람에 정신분석 상담을 받기도 했었다. 그 일로 어른들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내가 그 애가 죽던 날 밤 차고로 .. 2020. 5. 1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