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의 의지 (Der Wille zum Gluck)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이런 무표정한 얼굴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우리 둘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끌렸고, 그래서 붉은 수염 선생님이 우리를 나란히 앉게 했을 때 무척 기뻤다.
그 뒤로도 우리는 계속 붙어 다녔고, 함께 교양을 쌓고 매일 도시락을 바꾸어 먹었다.
학창 시절 내내 우리의 우정은 처음에 생겨났을 때와 비슷한 이유로 계속 유지되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동급생들에 대한 '거리 두기의 파토스' 였다.
열다섯 살에 남몰래 하이네를 읽고, 김나지움 4~5학년에 세상과 인간에 대한 확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파토스였다.
파올로는 집까지 가는 내내 흥분해 있었다. 아니,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내 옆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릴 동안에는 이상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는 한순간 묵묵히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낮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난 꼭 행복해질 거야."
"나는 그 약속을 지키겠어!"
순간 나는 그의 얼굴과 태도에서, 예전에 남작 딸을 처음 함께 만나러 가던 날 그에게서 발견한 그 표정을 다시 알아보았다.
"혹시 그거 알아? 이 분수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로마를 떠나는 사람이 이 물을 마시면 다시 돌아오게 된대."
파올로가 내 유리잔을 받아 입으로 가져가려는 찰나, 번개가 연이어 번쩍 치면서 온 하늘이 눈부신 불빛으로 한동안 번쩍거렸다. 그 바람에 얇은 유리잔이 분수대 가장자리에 부딪쳐 산산조각 났다.
...
모든 혼을 쏟아 붓고
스스로 소멸됨으로써
완성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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