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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키 작은 프리데만 씨 (Der kleine Herr Friedeman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by 토마스 만 202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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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프리데만 씨 (Der kleine Herr Friedeman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그건 보모 탓이었다.
처음 의심이 들었을 때 그런 나쁜 습관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프리데만 영사 부인이 따끔히 타이른 것도 소용이 없었고, 매일 영양가 많은 맥주 외에 적포도주를 한 잔씩 준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지가 뒤틀린 채 실룩거리는 갓난아이를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살피던 의사가 무척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 시절 요하네스는 아름다운 꽃이 늘 활짝 피어 있는 거실 창가에 조그만 걸상을 갖다 놓고 어머니 발치에 앉아,
정갈하게 탄 가르마 부분이 벌써 하얗게 센 어머니의 머리와 선하고 온화한 얼굴을 쳐다보고,

어머니의 몸에서 항상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을 마시며 신비스러운 이야기에 자주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간혹 슬퍼지기는 했지만,

남들의 관심거리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데 이미 전부터 익숙해 있었다.

 

그럼에도 열여섯 살 때인가, 비슷한 또래의 여자이이에게 갑작스레 마음이 끌린 적이 있었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안더니 키스를 하자 여자아이는 키득거리며 입술을 받아 주었다.
이를 본 요하네스 프리데만은 즉시 몸을 돌려 살그머니 자리를 떴다.

 

요하네스는 포기했다.
그것도 영원히.
그는 집에 돌아가 책을 읽고 바이올린을 켰다.

 

요하네스는 인생을 사랑했다.
아마 인생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행복을 포기한 그가 자신에게 허용된 즐거움을 얼마나 내밀하고 세심하게 누릴 줄 아는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는 그리움 자체를 사랑했는데, 그 이유를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제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실현되는 순간 끝나 버리고 말아.

 

2막이 끝나 갈 무렵 린링겐 부인이 부채를 떨어뜨렸다.
프리데만 씨 바로 옆이었다.
둘은 동시에 허리를 숙였지만 부채를 집은 쪽은 부인이었다.
그녀는 조롱기 섞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바이올린을 켜신다고요?"
그녀는 이렇게 묻고는 그의 머리를 지나 공중으로 눈을 돌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가끔 같이 연주도 할 수 있겠군요! 저는 피아노 반주를 좀 해요.
여기서 같이 연주할 사람을 찾다니 참 기뻐요. 같이 하실 거죠?"
"부인의 뜻이 그러시다면 따라야지요."
그는 여전히 꿈결처럼 대답했다.
그 뒤 잠시 침묵의 순간이 생겼다.
그 때 그는 보았다.

갑자기 바뀌는 부인의 표정을.
그녀의 얼굴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세하게 잔인한 비웃음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그는 그녀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고, 벤치 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살짝 건드렸다.

 

그녀의 작은 두 눈이 그의 머리 위를 지나 먼 곳으로 뻣뻣이 향해 있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도도하고 경멸 어린 웃음을 짧게 터뜨리며 그의 뜨거운 손에서 손을 홱 빼내더니 팔을 잡고 그를 옆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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