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어떤 죽음 (La Petite Mort) - Francois Ozon, France 1995 어떤 죽음 (La Petite Mort) - Francois Ozon, France 1995 폴의 인생을 바꿔버린 아버지의 한마디. 아마 프랑소와 오종도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됐겠지. 그리고 작은 반전. 2020. 9. 5. 드라마 (Drama) - Anton Chekhov, Russia 1887 드라마 (Drama) - Anton Chekhov, Russia 1887 "파벨 바실리치 씨, 저기 어떤 숙녀분이 선생님을 찾는데요" 루까가 알려왔다. "벌써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군요..." 파벨 바실리치는 아침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숙녀분이라는 말을 듣자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알 게 뭐야! 나 바쁘다고 해" 그녀는 얼굴에 불그레하게 살집이 붙은 거대하고 뚱뚱한 여자였는데, 안경을 쓰고 있는 품은 제법 점잖아 보였지만 차림새는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화려했다. "제발 적선한다 생각하시고 한 번만요! 제가 뻔뻔스럽고 집요한 여자라는 것은 압니다만 그래도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세요! 내일 저는 카잔으로 갑니다. 그래서 오늘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은 거예요. 저에게 선생님의 시간을 삼십 분만.. 2020. 8. 30. 진실 혹은 대담 (Action Verite) - Francois Ozon, France 1994 진실 혹은 대담 (Action Verite) - Francois Ozon, France 1994 ... 진실은 없다. 2020. 8. 17. 죽음 (Der Tod)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죽음 (Der Tod)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그가 나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는 나를 조금도 모른다. 나는 내 마지막 나날이 일상적이고 지겨운 일들로 침해받는 걸 원치 않는다. 내 죽음에 무언가 시민적이고 습관적인 것이 섞이는 것이 너무 두렵다. 그 위대하고 진지하고 수수께끼 같은 날은 생경하고 이상야릇해야 한다. 그 10월 12일은... 자살이 무엇일까? 자기 의지로 죽는 것? 하지만 남의 의지로 죽는 사람이 있을까? 생명을 포기하고 죽음에 내맡기는 것은 어떤 형태든 유약함에서 나온다. 인간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고는 죽지 않는다. 20년 동안 나는 한 시간 뒤에 시작될 이날을 위해 죽음을 불러 왔다. 그런데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 다른 것이 은밀히 속삭인.. 2020. 5. 19. 타락 (Gefalle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4 타락 (Gefalle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4 또다시 우리 넷만 모였다. 그곳은 아주 독특한 양식으로 꾸며진 야릇한 공간이었다. 라우베는 젤텐 박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만일 남녀가 서로 사랑하다가 남자 쪽이 여자 몸을 망쳐도 남자는 예전과 똑같이 건실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망할 놈, 그런데 여자는 어떻습니까? 타락한 인간 취급을 받아요. 말이 됩니까? 그리 보자면 남자는 타락한 게 아닙니까?" 나는 젤텐 박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주 조용했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자네들한테 이야기를 하나 해 주지. 단편소설 형태로 막 끝냈거든. 자네들도 알지? 내가 그런 글을 좀 긁적거린다는 걸.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북부 독일의.. 2020. 5. 19. 어릿광대 (Der Bajazzo)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어릿광대 (Der Bajazzo)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다 지나 놓고 나서 품위 있게 결론 내리자면, 나는 내 인생과 그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구역질 나는 혐오감이 목을 조르고, 나를 몰아 대고, 나를 흔들더니 다시 내팽개친다. 물론 어쩌면 이 가소롭고 하찮은 일을 조만간 서둘러 해결한 뒤 재빨리 도망치는 데 필요한 원심력도 이 구역질이 제공할지 모른다. 이번 달과 다음 달도 계속 이렇게 살고, 아니 석 달, 반년까지 계속 이렇게 먹고 자고 나름대로 할 일을 하면서 지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겨울 동안 겉으로 그래 왔던 것처럼, 기계적이고 잘 짜이고 차분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겉으로만 그래 보였을 뿐, 속에서는 격렬한 해체 과정이 처절하게 진행되고.. 2020. 5. 19. 환멸 (Enttäuschung)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환멸 (Enttäuschung)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선생은 베네치아가 처음이시오? 기대하던 그대로인가요? 아니면 혹시 기대를 넘던가요? 아, 이렇게 아름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군요! 정말입니까? 단순히 행복하고 부러워 보이려고 하는 말은 아니죠? 선생은 환멸이라는 놈이 뭔지 아시오? 자잘하고 개별적인 실패나 오류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이 마련해 놓은 거대하고 일반적인 환멸 말이오. 선생은 분명 모를 거요. 하지만 나는 청소년기부터 환멸이라는 놈과 함께 살았고, 그놈은 나를 외롭고 불행하고 약간 괴팍한 인간으로 만들었소. 내게 인생은 전적으로 그런 거창한 말들로 이루어져 있었소. 광활한 현실에 대한 동경, 어떤 형태로든 그 현실을 체험하고 싶은 갈망,황홀경.. 2020. 5. 19. 프랜시스 매컴버의 짧았던 행복 (The Short Happy Life of Francis Macomber) - Ernest Hemingway, USA 1936 프랜시스 매컴버의 짧았던 행복 (The Short Happy Life of Francis Macomber) - Ernest Hemingway, USA 1936 "자, 사자를 위하여!" 로버트 윌슨이 건배를 제안하며 말했다.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어요."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자신의 막사로 건너갔다. 울음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그녀가 입고 있는 장밋빛 햇볕 차단용 셔츠 안에서 떨리는 어깨를 볼 수 있었다. "잊어야겠죠." 매컴버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날 위해 한 일만은 잊지 않을 거요." 여자들이란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동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가장 고약하고, 잔혹하고, 약탈적이며, 또한 매력적인 동물이지. 그들은 냉담함을 이용해 남자들을 약하게 만들거나 혼을 빼놓지... 2020. 5. 19. 토비아스 민더니켈 (Tobias Mindernickel)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토비아스 민더니켈 (Tobias Mindernickel)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한 개인이 세상에 대해 가져야 할 자연스러운 우월감이나 자신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 같다. 그는 모든 것이 자기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사람과 사물을 대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비굴하게 시선을 내리깔고 만다. 주체할 수 없는 엄청난 분노가 민더니켈을 사로잡았다. 그는 한 손으로 까만 지팡이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에사우의 목덜미를 잡아 들어 올리더니 깨갱거리는 강아지를 힘껏 후려쳤다. "감히 내 말을 안 들어? 감히 내 말을 안 들어?" 토비아스는 한동안 이 비굴한 존재를 묵묵히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한 번은 방을 후다닥 빠져나간 에사우가 계단을 지나 거리로 뛰쳐나가는 .. 2020. 5. 19. 굶주리는 자들 (Die Hungernden)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굶주리는 자들 (Die Hungernden)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데틀레프는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뼛속 깊이 느끼는 순간 슬그머니 소란스러운 축제 자리를 떠나 작별 인사도 없이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들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아직도 나눌 대화가 남았을까? 아, 저들은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순진무구함과 소박함, 밝음, 명랑함의 샘에서 물을 긷듯 저렇게 끊임없이 가볍게 대화를 꾸려 가는구나! 그러나 그는 어떤가? 몽상과 인식의 삶으로, 사람을 진 빠지게 만드는 통찰과 창작의 압박으로 진지하고 느려 빠지기만 해서 저들의 대화에 동참할 줄 몰랐다! 그래서 그들을 떠났다. '우리는 누구와 사랑의 결합을 이루는가? 항상 우리처럼 괴로워하고 그리워하.. 2020. 5. 19. 신동 (Das Wunderkind)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신동 (Das Wunderkind)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신동이 들어오자 홀 안이 조용해진다. 잠잠해진 가운데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옆쪽 어디에선가 우민의 지도자인 세습 군주가 먼저 박수를 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아이와는 상관없이 벌써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박수갈채를 끌어내는 이 꼬마의 솜씨는 얼마나 노련한가! 가리개 뒤에서 청중들을 기다리게 하고, 무대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약간 머뭇거리고, 오래전부터 질렸을 화환의 알록달록한 공단 리본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즐겁게 살펴보고, 또 귀엽고 망설이듯 인사하고, 청중에게 미친 듯이 박수를 칠 시간을 주어서 그들의 손이 만들어 내는 귀중한 소리가 하나도 헛되지 않게 할 줄 알았다. '부엉이는 내 히트.. 2020. 5. 19. 토니오 크뢰거 (Tonio Kröger)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토니오 크뢰거 (Tonio Kröger)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토니오는 입을 다물었다. 눈빛이 어두워졌다. 한스는 오늘 점심에 같이 산책하기로 한 걸 잊고 있다가 이제 다시 떠올린 게 분명했다. 토니오 자신은 이 약속을 한 뒤로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직 이 순간만 손꼽아 기다려 오지 않았던가! 토니오게게 자작시를 적은 공책이 있다는 사실이 본인의 실수로 알려지면서 학우와 교사들은 그를 좋지 않게 생각했다. 남들의 이런 반응에대해 토니오는 화를 내는 것이 바보 같고 저급하게 여겨져, 그렇게 대응하지는 않고 오히려 학우와 교사들을 경멸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지 않아도 평소에 매너리즘에 빠진 그들의 사고방식을 역겨워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개인적 약점을 신통하게도 훤.. 2020. 5. 19. 행복에의 의지 (Der Wille zum Gluck)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행복에의 의지 (Der Wille zum Gluck)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이런 무표정한 얼굴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우리 둘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끌렸고, 그래서 붉은 수염 선생님이 우리를 나란히 앉게 했을 때 무척 기뻤다. 그 뒤로도 우리는 계속 붙어 다녔고, 함께 교양을 쌓고 매일 도시락을 바꾸어 먹었다. 학창 시절 내내 우리의 우정은 처음에 생겨났을 때와 비슷한 이유로 계속 유지되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동급생들에 대한 '거리 두기의 파토스' 였다. 열다섯 살에 남몰래 하이네를 읽고, 김나지움 4~5학년에 세상과 인간에 대한 확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파토스였다. 파올로는 집까지 가는 내내 흥분해 있었다. 아니,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2020. 5. 19. 키 작은 프리데만 씨 (Der kleine Herr Friedeman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키 작은 프리데만 씨 (Der kleine Herr Friedeman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6 그건 보모 탓이었다. 처음 의심이 들었을 때 그런 나쁜 습관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프리데만 영사 부인이 따끔히 타이른 것도 소용이 없었고, 매일 영양가 많은 맥주 외에 적포도주를 한 잔씩 준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지가 뒤틀린 채 실룩거리는 갓난아이를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살피던 의사가 무척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 시절 요하네스는 아름다운 꽃이 늘 활짝 피어 있는 거실 창가에 조그만 걸상을 갖다 놓고 어머니 발치에 앉아, 정갈하게 탄 가르마 부분이 벌써 하얗게 센 어머니의 머리와 선하고 온화한 얼굴을 쳐다보고, 어머니의 몸에서 항상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을 마.. 2020. 5. 19. 청결하고 불빛 밝은 곳 (A Clean, Well Lighted Place) - Ernest Hemingway, USA 1933 청결하고 불빛 밝은 곳 (A Clean, Well Lighted Place) - Ernest Hemingway, USA 1933 "지난주에 자살해 버리지 그러셨어요." 그가 귀먹은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이 손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 "조금 더." "자넨 젊고, 자신감 넘치고, 일자리도 있지." 나이가 위인 웨이터가 말했다. "자넨 모든 걸 갖고 있지." "그럼 아저씨는 뭐가 없는데요?" "일 빼곤 모두 다." "난 카페에 늦게까지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하나야. 밤이면 잠 대신 불빛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카페에 있고 싶어." "전 집으로 가서 잠자리에 들고 싶어요." "우린 서로 다른 종류의 인간이지. 난 밤마다 카페 문을 닫는 게 싫어. 카페 문이 열려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봐." 그.. 2020. 5. 19.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