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아스 민더니켈 (Tobias Mindernickel)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한 개인이 세상에 대해 가져야 할 자연스러운 우월감이나 자신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 같다.
그는 모든 것이 자기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사람과 사물을 대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비굴하게 시선을 내리깔고 만다.
주체할 수 없는 엄청난 분노가 민더니켈을 사로잡았다.
그는 한 손으로 까만 지팡이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에사우의 목덜미를 잡아 들어 올리더니 깨갱거리는 강아지를 힘껏 후려쳤다.
"감히 내 말을 안 들어? 감히 내 말을 안 들어?"
토비아스는 한동안 이 비굴한 존재를 묵묵히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한 번은 방을 후다닥 빠져나간 에사우가 계단을 지나 거리로 뛰쳐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녀석은 밖에 나오자마자 고양이를 뒤쫓고 말똥을 먹고, 행복해서 미치겠다는 듯이 동네 아이들과 함께 정신없이 쫓아다녔다. 그러다 토비아스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아이들의 폭소와 놀림을 받으며 거리에 나타났을 때 슬픈 일이 일어났다. 개가 주인을 보자 얼른 한달음에 도망을 친 것이다.
그날 토비아스는 개를 한참 동안 인정사정없이 때렸다.
이 멍청한 놈의 개가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 무턱대고 식탁 위로 펄쩍 뛰어오르는 바람에, 주인이 어설프게 들고 있던 칼에 오른쪽 어깨뼈 아래쪽이 찔려 피를 흘리며 바닥에 데굴데굴 뒹굴었다. 토비아스는 사색이 되어 모든 걸 제쳐 두고 곧바로 다친 에사우에게로 몸을 숙였다.
순간 그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얼굴 위로 안도와 행복의 표정이 홱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그런데 에사우가 점점 힘을 내고 쾌활해지고 회복되어 가는 만큼, 토비아스의 태도는 점점 불안해지고 불만족스럽게 변해 갔다.
"불쌍한 녀석..."
그는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뗐다.
그런데 에사우는 무척 흥분한 상태라 지금은 이런 식으로 대우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듯, 자신을 쓰다듬으려는 주인의 손을 장난스럽게 물고는 품에서 벗어나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극악무도해서, 나는 그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싶지 않다.
...
난 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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