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리는 자들 (Die Hungernden) - Thomas Mann, Deutschland 1903
데틀레프는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뼛속 깊이 느끼는 순간 슬그머니 소란스러운 축제 자리를 떠나 작별 인사도 없이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들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아직도 나눌 대화가 남았을까?
아, 저들은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순진무구함과 소박함, 밝음, 명랑함의 샘에서 물을 긷듯 저렇게 끊임없이 가볍게 대화를 꾸려 가는구나!
그러나 그는 어떤가?
몽상과 인식의 삶으로, 사람을 진 빠지게 만드는 통찰과 창작의 압박으로 진지하고 느려 빠지기만 해서 저들의 대화에 동참할 줄 몰랐다!
그래서 그들을 떠났다.
'우리는 누구와 사랑의 결합을 이루는가?
항상 우리처럼 괴로워하고 그리워하는 가련한 동류의 인간들하고만 사랑의 결합을 이루지 않는가?
정신이 필요 없는 너희 푸른 눈을 가진 인간들과는 결코 그런 사랑을 이루어 내지 못한다.'
성냥 불빛 때문에 잠시 부셨던 눈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한 형체가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헝클어진 머리, 쑥 들어간 볼, 붉은 수염, 비참한 몰골의 눈두덩...
이글거리는 두 눈이 악의 적인 조소와 탐욕스러운 탐색의 빛으로 그를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 자네는 잘못 짚었어.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자네의 비참한 몰골은 내게 어떤 공포와 부끄러움도 자아내지 못해.
왜냐고? 우린 형제니까!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증오라 부를 수도 있는 자네의 그 비참함에 자양분이 되어 주는 병든 욕망을 내가 모를 줄 알아?
이 잘못의 끝은 어디인가?
지상의 모든 그리움이 잘못이 아닌가?
단순하고 충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정신과 예술을 통한 변용, 언어를 통한 구원을 모르는 무언의 삶에 대한 그리움 말이다.
집에서 책들과 그림, 조용히 바라보는 흉상들 틈에 있을 때 한마디 부드러운 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얘들아, 서로 사랑해...'
...
갈망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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