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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주식회사 (Quitters, Inc.) - Stephen King, USA 1978 금연주식회사 (Quitters, Inc.) - Stephen King, USA 1978 ​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담배를 끊으라는 말을 아주 쉬운 듯이 말한다. 모리슨은 자기 손에 들려 있는 담배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나서 그것을 눌러 껐다. 그러면서도 5분 후에 또 새 담배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모리슨은 물었다. “그래서, 끊었나?” “끊었네. 처음에는 나도 못 끊을 줄 알았지. 내가 어디 담배를 끊으려고 한 두 번 시도해 본 사람인가. 그러다가 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46번가에 있는 패거리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더구먼. 전문가들이라고 하면서. 나는 속는 셈 치고 한 번 가보았지. 그런데 거기 갔다 온 다음부터 끊게 되었네.” ​ ​ “미안하네, 딕... 2021. 7. 26.
헛간 타오르다 (Barn Burning) - William Faulkner, USA 1939 헛간 타오르다 (Barn Burning) - William Faulkner, USA 1939 재판 때문이 아니라 이사를 가는 날이라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아버지는, 꼿꼿이 선 채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다시금 핏속에서 광분하는 비애와 절망을 느끼며 생각했다. 저 사람은 내가 거짓말하기를 바라는 거야. 그리고 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아버지는 형이 앉은 앞자리로 오르더니 껍질을 벗긴 버드나무로 바짝 마른 노새의 등을 두 번 세차게, 하지만 전혀 흥분하지 않고 후려쳤다. 거기엔 어떤 가혹함도 배어 있지 않았다. 마차는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소년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루나 이틀, 혹은 사흘이 지나면 늘 어딘가에 어떤 종류의 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일을 저지.. 2021. 7. 8.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 (A Rose for Emily) - William Faulkner, USA 1930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 (A Rose for Emily) - William Faulkner, USA 1930 에밀리 그리어슨 양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남자들은 쓰러진 기념비에 대한 존경 가득한 애정의 마음을 품고서, 여자들은 정원사와 요리사를 겸한 늙은 하인 외에 적어도 10년은 아무도 보지 못했던 그녀의 집 내부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품고서. 정사각형의 그 하얀 목조 주택은 둥근 지붕과 첨탑과 소용돌이 모양의 발코니가 무척이나 우아한 17세기풍 저택으로, 그 집이 서 있는 곳은 한때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주택가였다. 하지만 차량 정비소와 조면기가 밀어닥치면서 이웃의 위엄 어린 명패들은 하나둘 사라져갔고, 마침내 에밀리 양의 집만 .. 2021. 7. 4.
킵 (The Keep) - Jennifer Egan, USA 2006 킵 (The Keep) - Jennifer Egan, USA 2006 1부 그냥 밀었다. 하위의 몸이 기울고 팔다리가 허우적대는 것이 느껴졌지만, 대니는 아무런 소리도, 심지어 풍덩 하는 소리도 기억할 수 없었다. 하위가 분명히 비명을 질렀을 텐데, 대니는 비명 한 자락 듣지 못했다. 기억나는 것은 오직 레이프와 함께 그곳을 비집고 빠져나와 미친 듯이 도망치던 소리, 동굴 벽 위를 빠르게 내달리던 레이프의 손전등 불빛, 동굴을 뛰쳐나왔을 때 훅 불어오던 후끈한 바람...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어떻게 생각해봐도 너무, 너무 늦었다. 사흘 후, 사람들은 동굴에서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하위를 찾아냈다. 2부 문득 대니는 고개를 들어 믹을 보았다. 수영장 옆에 하워드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하고만.. 2021. 5. 29.
시험 (The Test) - Richard Matheson, USA 1954​ 시험 (The Test) - Richard Matheson, USA 1954 ​ 시험 전날. 레스는 식당에서 아버지의 연습을 도왔다. 토미는 위층에서 잠을 자고 있고 거실에서는 테리가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부드럽게 밀고 당기고 하는 바늘의 움직임만큼이나 그녀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톰 파커는 상체를 곧바로 세우고 있었다. 핏줄로 뒤덮인 두 손은 식탁에 바짝 붙이고 푸른색 눈으로는 아들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마치 그래야 아들이 더 잘 이해할 것 같다는 듯이. ​ ​ "이번엔 다 맞았어, 그렇지?" 그는 뿌듯해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노인의 수척하고 주름진 얼굴을 돌아보았다. 그가 얼른 대답했다. "예, 그래요." 아버지의 떨리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맴돌았다. 레스는 그 모습을 보며 배신자가 .. 2020. 12. 6.
줄어드는 남자 (The Shrinking Man) - Richard Matheson, USA 1956 줄어드는 남자 (The Shrinking Man) - Richard Matheson, USA 1956 그래도 그는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희망이 소멸된 순간 그가 찾아낸 대안은 만족이었다. 그는 끝까지 노력했고 더 이상 아쉬운 건 없었다. 그것은 완벽한 승리였다. 자기 자신과 싸워 얻은 승리였다. "정말, 잘 싸웠어." 이제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그는 결코 소멸하지 않으리라. 그건 우주에 소멸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였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다. 만일 자연이 무한한 단계로 존재한다면 영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가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오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당장 해야 할 일도 많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의 머리는 질문과 생각과 그리고..... 2020. 12. 6.
주교 (The Bishop) - Anton Chekhov, Russia 1902 주교 (The Bishop) - Anton Chekhov, Russia 1902 성지 주일의 전날 스타로페트롭스키 수도원에서는 저녁 미사가 거행되고 있었다. 종려나무 가지를 나누어주기 시작할 무렵에는 벌써 열시가 가까웠고 심지가 다 타들어가서 촛불은 가물거렸다. 모든 것이 마치 안개 속처럼 희미했다. 성당의 어둠 속에서 군중은 마치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고, 벌써 삼 일째 몸이 불편한 표트르 주교 예하에게는 사람들의 얼굴이 늙었건, 젊었건, 남자이건, 여자이건 상관없이 모두 비슷비슷해 보였다. 못 본지 구년이 지난 생모 마리야 티모페예브나가 별안간 군중 속에서 나와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필경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 혹은 어머니를 닮은 노파는 주교로부터 종려나무 가지를 받고 물러나.. 2020. 9. 3.
드라마 (Drama) - Anton Chekhov, Russia 1887 드라마 (Drama) - Anton Chekhov, Russia 1887 "파벨 바실리치 씨, 저기 어떤 숙녀분이 선생님을 찾는데요" 루까가 알려왔다. "벌써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군요..." 파벨 바실리치는 아침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숙녀분이라는 말을 듣자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알 게 뭐야! 나 바쁘다고 해" 그녀는 얼굴에 불그레하게 살집이 붙은 거대하고 뚱뚱한 여자였는데, 안경을 쓰고 있는 품은 제법 점잖아 보였지만 차림새는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화려했다. "제발 적선한다 생각하시고 한 번만요! 제가 뻔뻔스럽고 집요한 여자라는 것은 압니다만 그래도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세요! 내일 저는 카잔으로 갑니다. 그래서 오늘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은 거예요. 저에게 선생님의 시간을 삼십 분만.. 2020. 8. 30.
체스의 고수 (Fool's Mate) - Stanley Ellin, USA 1951 체스의 고수 (Fool's Mate) - Stanley Ellin, USA 1951 "올렉스 씨가 그러는데, 이 세상에는 체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대. 체스 두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나면 자기들한테 얼마나 체스가 필요했는지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는 거야." 손님이란 귀찮은 존재이자 비용에 불과하며 작은 활자는 눈을 아프게 하고 교향악을 들으면 찢어질 듯한 두통이 오고 체스를 둘짬은 도저히 낼 수가 없다며, 아내는 명백히 입장 표명을 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조지는 다소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방금 대단한 발견을 할 뻔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실제로 자기를 바꿈으로써 나 자신을 두 선수의 형태로 투영하는 것, 즉 서로 뚜렷이 다른 두 선수로 나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였던가?.. 2020. 5. 19.
죽음 (Der Tod)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죽음 (Der Tod) - Thomas Mann, Deutschland 1897 ​ 그가 나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는 나를 조금도 모른다. 나는 내 마지막 나날이 일상적이고 지겨운 일들로 침해받는 걸 원치 않는다. 내 죽음에 무언가 시민적이고 습관적인 것이 섞이는 것이 너무 두렵다. 그 위대하고 진지하고 수수께끼 같은 날은 생경하고 이상야릇해야 한다. 그 10월 12일은... 자살이 무엇일까? 자기 의지로 죽는 것? 하지만 남의 의지로 죽는 사람이 있을까? 생명을 포기하고 죽음에 내맡기는 것은 어떤 형태든 유약함에서 나온다. 인간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고는 죽지 않는다. 20년 동안 나는 한 시간 뒤에 시작될 이날을 위해 죽음을 불러 왔다. 그런데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 다른 것이 은밀히 속삭인.. 2020. 5. 19.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Der Tod in Venedig) - Thomas Mann, Deutschland 1912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Der Tod in Venedig) - Thomas Mann, Deutschland 1912 ​ 1장 이런 몽환적인 상태에서 서서히 깨어나던 중에 문득 넓은 계단을 양쪽에서 지키고 선 묵시록적인 동물상 위쪽 주랑에서 한 남자를 발견했다. 평범하지 않은 그 모습이 아센바흐의 생각을 완전히 다른 쪽으로 돌려놓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였다. 그런데 그 욕구는 실제로 발작처럼 일어나더니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다가 급기야 환각 상태로 고조되었다. 그는 최소한 돈에 구애되지 않고 세계적인 교통수단의 이점을 마음껏 누릴 경제력을 가지면서부터, 여행이란 그럴 마음이 없는데도 이따금 꼭 취해야 할 위생 조치와 비슷한 것이라고 여겼다. 자아와 유럽의 영혼이 부여한 과제들로 너무 바쁘.. 2020. 5. 19.
밀고자 (Finger Man) - Raymond Chandler, USA 1934 밀고자 (Finger Man) - Raymond Chandler, USA 1934 루 하거는 담배를 입에 찔러 넣고 으르렁거렸다. "그래, 프랭크 도어. 그 뚱댕이 거머리 같은 자식이 혼자 다 처먹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대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하는 욕을 하는 것에 재미를 붙일 나이는 진작 지났다. 내 뒤에서 가볍고 빠른 발걸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돌아서기에는 늦었다. 고행자 같은 표정의 젊은 접수계원이 전화교환대 조명등 아래서 캘리포니아 주 고등법원 판례집을 읽고 있었다. 나는 밖으로 나와 몇 분 동안 내 마몬 투어링카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주머니에 챙겨 온 캐나디안 클럽을 좀 마셨다. 그 후 다시 캐럴론 호텔로 돌아가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갔다. 숙소에 도착해서 15분쯤 뜨거운.. 2020. 5. 19.
좋은 사람은 드물다. (A Good Man Is Hard To Find) - Flannery O'Connor, USA 1953 좋은 사람은 드물다. (A Good Man Is Hard To Find) - Flannery O'Connor, USA 1953 할머니는 플로리다에 가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 엄마는 그 말을 듣는 것 같지 않았지만 여덟 살 소년 존 웨슬리, 그러니까 안경을 쓴 뚱뚱한 아이가 말했다. "플로리다에 가기 싫으면 할머니는 그냥 집에 계시면 되잖아요?" ​ "수백만 달러를 준대도 할머니는 집에 안 계실거야. 우리가 가는 곳은 꼭 따라오시잖아." 준 스타가 말했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가장 먼저 준비를 마치고 자동차에 올랐다. 할머니는 한쪽 모퉁이에 하마 머리 장식이 있는 검은색의 큰 여행 가방을 챙겼고, 그 밑에 고양이 피티싱이 든 바구니를 숨겼다. 할머니는 톰스보로 외곽에서 잠이 깨고는 젊은 시절에 이 지역.. 2020. 5. 19.
칠면조 (The Turkey) - Flannery O'Connor, USA 1948 칠면조 (The Turkey) - Flannery O'Connor, USA 1948 그의 총들이 나무의 갈빗대 틈에서 강철 빛을 냈고, 그는 입을 살짝 벌리고 소리를 내는 듯 마는 듯 말했다. "좋아, 메이슨, 넌 여기까지야. 장난은 끝났어." 놈을 어깨에 둘러메고 집에 갔을 때 식구들이 소리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룰러가 야생 칠면조를 잡았어! 룰러! 그 야생 칠면조를 어디서 잡은 거니!" 헤인은 칠면조를 잡은 적이 없었다. 헤인은 어떤 것도 잡은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늘 그와 헤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런 뒤 두사람은 룰러와 헤인처럼 싸웠고, 그러면 룰러는 때로 여러가지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왜 룰러는 그렇게 혼자서만 노느냐고 물었는데, 어머니가 자기가 어떻게 알겠느냐.. 2020. 5. 19.
타락 (Gefalle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4 타락 (Gefallen) - Thomas Mann, Deutschland 1894 ​ 또다시 우리 넷만 모였다. 그곳은 아주 독특한 양식으로 꾸며진 야릇한 공간이었다. 라우베는 젤텐 박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만일 남녀가 서로 사랑하다가 남자 쪽이 여자 몸을 망쳐도 남자는 예전과 똑같이 건실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망할 놈, 그런데 여자는 어떻습니까? 타락한 인간 취급을 받아요. 말이 됩니까? 그리 보자면 남자는 타락한 게 아닙니까?" ​ 나는 젤텐 박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주 조용했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자네들한테 이야기를 하나 해 주지. 단편소설 형태로 막 끝냈거든. 자네들도 알지? 내가 그런 글을 좀 긁적거린다는 걸.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북부 독일의.. 202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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