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의 고수 (Fool's Mate) - Stanley Ellin, USA 1951
"올렉스 씨가 그러는데, 이 세상에는 체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대.
체스 두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나면 자기들한테 얼마나 체스가 필요했는지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는 거야."
손님이란 귀찮은 존재이자 비용에 불과하며 작은 활자는 눈을 아프게 하고
교향악을 들으면 찢어질 듯한 두통이 오고 체스를 둘짬은 도저히 낼 수가 없다며, 아내는 명백히 입장 표명을 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조지는 다소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방금 대단한 발견을 할 뻔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실제로 자기를 바꿈으로써 나 자신을 두 선수의 형태로 투영하는 것,
즉 서로 뚜렷이 다른 두 선수로 나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였던가?
"좋은 수야. 자네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좋군, 조지"
그는 화이트가 자기를 쌍둥이처럼 닮았을 것이라고 상상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화이트는 조지와 생김새 하나하나가 똑 닮았다.
"이봐, 친구, 루이즈는 극도로 멍청한 데다가 짜증에 절어 있는 여자야."
조지는 속내를 따끔하게 찔려 움찔했다.
사실 그는 할말이 없었다. 결혼한 바로 그해부터 그랬다.
가정 내에서 남편은 목소리도 투표권도 없다는 것.
아내는 남편의 사무실 동료에 대해 듣고 싶지 않으며, 아내의 표현을 옮기면 '지식인인 척'하는 여러 주제에 대해서는
남편 혼자만 생각하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은 그때부터 아내에게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자네가 아는 것만을 알아. 더 많이 알지도, 더 조금 알지도 않아."
"어쩌면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어요? 이게 다 체스 때문이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녀가 갑자기 체스보드 위로 한 손을 휘둘러 보드 위에 있던 말들을 쓸어 내쳤다.
"안 돼!"
조지가 외쳤다. 루이즈의 손짓을 향해 외친 것이 아니었다.
아내 앞에 서 있는 화이트의 모습에, 그의 손에 들린 둔중한 불쏘시개의 모습에 놀라 외친 것이었다."
...
공격의 백, 방어의 흑.
백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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