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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시험 (The Test) - Richard Matheson, USA 1954​

by 토마스 만 202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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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The Test) - Richard Matheson, USA 1954

시험 전날.

레스는 식당에서 아버지의 연습을 도왔다. 토미는 위층에서 잠을 자고 있고 거실에서는 테리가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부드럽게 밀고 당기고 하는 바늘의 움직임만큼이나 그녀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톰 파커는 상체를 곧바로 세우고 있었다. 핏줄로 뒤덮인 두 손은 식탁에 바짝 붙이고 푸른색 눈으로는 아들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마치 그래야 아들이 더 잘 이해할 것 같다는 듯이.

"이번엔 다 맞았어, 그렇지?"

그는 뿌듯해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노인의 수척하고 주름진 얼굴을 돌아보았다. 그가 얼른 대답했다.

"예, 그래요."

아버지의 떨리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맴돌았다. 레스는 그 모습을 보며 배신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이건 아버지를 속이는 일이야.

톰이 말을 끊고는 조끼 주머니에서 자신의 금시계를 꺼냈다.

"이런 게 시계지. 자그마치 60년 동안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단 말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시계라고. 그런 쓰레기가 아니라."

그는 레스의 시계를 쓰레기 버리듯 내던졌다. 시계는 앞면으로 떨어져 크리스털 유리가 깨지고 말았다.

"저것 봐라. 저렇게 힘도 없잖느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지만 시계가 깨진 데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는 레스의 눈을 피해 애써 자기 시계만 내려다보았다.

시계의 뚜껑을 열어 아내 메리의 사진을 바라보는 그의 입술이 단단히 닫혀 있었다.

30대의 메리. 사랑스러운 금발이었다.

"레스, 이번에도 통과하면 어쩌죠?"

테리가 물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두 주먹을 힘없이 매트리스 위에 내려놓았다. 아버지가 이미 끝난 인생이라는 걸 아내에게 확신시켜야 한다는 현실이 역겹기만 했다.

과거를 잊고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들의 인생을 훼방 놓는 무기력한 치매 노인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고, 그가 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했는지 잊기가 쉽지 않았다. 시골길의 하이킹, 낚시 여행, 밤을 세워 벌인 논쟁. 그리고 그 밖에 아버지와 함께했던 모든 일들.

"잊지 말고 시계, 밖에 내놔라. 오늘 보석상에 가져가서 기막힌 크리스털로 바꿔 줄 테니까. 이젠 절대로 안 깨질 게다."

한밤중에야 그들은 부엌에서 나왔다. 그리고 위층으로 오르기 직전 레스는 거실 식탁에 들렀다가 깨끗한 유리가 덮인 시계를 보았지만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노인의 방에서는 밤새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조용했다.

...

쓸쓸하게 저무는 인생.

#리처드매드슨

#리차드매드슨

#리처드매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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