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 (A Rose for Emily) - William Faulkner, USA 1930
에밀리 그리어슨 양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남자들은 쓰러진 기념비에 대한 존경 가득한 애정의 마음을 품고서, 여자들은 정원사와 요리사를 겸한 늙은 하인 외에 적어도 10년은 아무도 보지 못했던 그녀의 집 내부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품고서.
정사각형의 그 하얀 목조 주택은 둥근 지붕과 첨탑과 소용돌이 모양의 발코니가 무척이나 우아한 17세기풍 저택으로, 그 집이 서 있는 곳은 한때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주택가였다.
하지만 차량 정비소와 조면기가 밀어닥치면서 이웃의 위엄 어린 명패들은 하나둘 사라져갔고, 마침내 에밀리 양의 집만 목화를 실어 나르는 마차와 급유 펌프들 사이로 고집스럽고 요염한 몰락을 드러내며 흉물 중의 흉물로 남게 되었다.
살아 있는 동안 에밀리 양은 하나의 전통이자 의무이여 관심의 대상이었다.
즉, 마을에 세습되는 일종의 책임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들을 모조리 퇴각시켰다. 30년 전, 어떤 냄새 때문에 찾아온 그들의 아버지들을 퇴각시켰을 때처럼. 그녀의 부친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뒤이자 우리가 그녀와 결혼할 거라고 믿고 있었던 그녀의 애인이 그녀를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우리는 그녀가 미쳐 버렸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로선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그녀의 부친이 쫓아냈던 그 많은 청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녀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바로 그 대상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누구라도 그녀와 같은 처지가 되면 그렇게 될 거라고 이해한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 피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며, 무엇에도 영향받지 않고, 고요하고, 괴팍하게.
...
물려받은 환경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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