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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Le Petit Prince) - Antoine Marie Roger de Saint-Exupéry, France 1943 어린왕자 (Le Petit Prince) - Antoine Marie Roger de Saint-Exupéry, France 1943 "어느 날, 난 마흔 세번이나 석양을 보았어! 아저씨도 알꺼야... 누구나 깊은 슬픔에 잠기면 석양을 사랑하게 되지..." "마흔 세번 석양을 본 날, 그렇다면 넌 그만큼 슬펐었구나?"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꽃을 가졌으니 부자인 줄 알았는데 내가 가진 꽃은 그저 평범한 한 송이 꽃일 뿐이야. 그중 하나는 영영 불이 꺼져 버렸는지도 모를 내 무릎까지 오는 세 개의 화산과 그 꽃으로 내가 굉장히 위대한 왕자가 될 수는 없어..." 그래서 그는 풀숲에 엎드려 울었다. "너희들은 내 장미와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 것도.. 2020. 5. 19.
특별 요리 (the specialty of the house) - Stanley Ellin, USA 1956 특별 요리 (the specialty of the house) - Stanley Ellin, USA 1956 "주인장인 스비로는 우리의 이성분들이 이곳에 오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네. 얼마 전에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을 쓰더군. 여자 손님이 한 시간 이상이나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렸지만 아무도 시중을 들러 가지 않았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니 주방을 본 적이 있으신가 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보지 못했어. 그저 머릿속에 든 생각이나 맞춰 상상해본 광경에 불과하네. 여러 해 동안 들어서 알게 된 조각들을 짜맞춘 거지. 요즘 들어서는 이곳 주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싶다는 것 외에 다른 소망이 없을 정도야." "과한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네만 나는 스비로가 이 시대 문.. 2020. 5. 19.
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 (The Orderly World of Mr. Appleby) - Stanley Ellin, USA 1950 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 (The Orderly World of Mr. Appleby) - Stanley Ellin, USA 1950 애플비 씨는 작은 체격에 점잔을 떠는 남자였다. 테 없는 안경을 쓰고 희끗희끗한 머리는 가운데 가르마를 타서 넘긴 그는, 제대로 계획을 잡은 인생에는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점을 거듭 증명하면서 진지하게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었다. 사례의 주인공 X부인은 자택의 조잡한 소형 깔개 위에서 넘어져 사망했고 사고사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고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변호가가 X부인의 남편에게 살인죄를 물었고 검시를 통해 혐의를 증명하려던 차, 피의자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바람에 사건은 갑작스레 종결되었다. 돈이나 밝히는 어리석은 무리에게는 가치 없어 보일지 모르는 물건들이 .. 2020. 5. 18.
나는 언제나 옳다 (The grown-up) - Gillian Flynn, USA 2015 나는 언제나 옳다 (The grown-up) - Gillian Flynn, USA 2015 나는 언제나 옳다. 이런 단정적인 말은, 보통 자신이 틀렸음을 인지했을 때 하게 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이 후의 내용을 비극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 안전한 탈출보다는, 잘못된 결정이 스릴러의 결말에 더 어울린다. 반드시 둘 중 하나일 필요는 없다고 작가는 말할테지만. 1) 수전인 경우 - 굳이 그렇게까지 일을 꾸미려 한다는 상황은 개연성이 조금 떨어진다. - 친아들의 상황이 어색하다. - 마일즈의 이상한 행동들이 갑자기 무의미해진다. - 마일즈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 마일즈가 주인공을 도와주려는 동기가 부족하다. 2) 마일즈인 경우 - 모든 일을 처리하고, 멀리 도망가는 것.. 2020. 2. 5.
루이센 (Luischen) - Thomas Mann, Deutschland 1900 루이센 (Luischen) - Thomas Mann, Deutschland 1900 아무리 뛰어난 문학적 상상력으로도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결혼이 있다. 그것은 연극에서 서로 상반되는 것끼리의 결합, 즉 늙고 어리석은 것과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것의 위험한 결합처럼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소극에서는 그런 모순적인 것끼리의 결합이 극의 구성적인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 이 세상 어디에도 그만큼 공손하고 친절하고 양보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그의 지나친 친절함과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태도가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강요된 것이고, 또 그의 소심함과 불안에서 비롯된 것임을 느꼈기에 그의 그런 태도를 별로 유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잘 들어요, 우리 둘이 .. 2020. 2. 5.
날개 - 이상, Korea 1936 ​ 날개 - 이상, Korea 1936 ​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 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만 을 영수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이 싱거워서 .. 2020. 2. 4.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 - Edgar Allan Poe, USA 1843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 - Edgar Allan Poe, USA 1843 내가 지금부터 쓰려고 하는 이야기는 너무나 끔찍한 터라, 나는 독자들이 이 이야기를 믿어주기 바라지도 않거니와 믿어달라 애원하지도 않겠다. ​ 어쨌든 나는 내일 이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 내 마음속에 있는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을 작정이다. ​ 플루토-우리 고양이 이름-는 참으로 나와 마음이 맞는 친구였다. 나는 조끼 호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그 불쌍한 고양이의 목을 잡은 채 태연하게 눈구멍에서 한쪽 눈알을 도려냈다. 그때의 감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어떤 학문도 설명해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심성의 원시적 충동의 하나로, 인간성을 지배하는 불가분적 기본 능력 혹은 감정의 하나라고 나는.. 2020.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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