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Le Petit Prince) - Antoine Marie Roger de Saint-Exupéry, France 1943
"어느 날, 난 마흔 세번이나 석양을 보았어!
아저씨도 알꺼야... 누구나 깊은 슬픔에 잠기면 석양을 사랑하게 되지..."
"마흔 세번 석양을 본 날, 그렇다면 넌 그만큼 슬펐었구나?"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꽃을 가졌으니 부자인 줄 알았는데 내가 가진 꽃은
그저 평범한 한 송이 꽃일 뿐이야.
그중 하나는 영영 불이 꺼져 버렸는지도 모를 내 무릎까지 오는 세 개의 화산과
그 꽃으로 내가 굉장히 위대한 왕자가 될 수는 없어..."
그래서 그는 풀숲에 엎드려 울었다.
"너희들은 내 장미와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구 하나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비어있어.
그 꽃 혼자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중요해.
내가 물을 줄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덮개를 씌워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건 나의 장미이기 때문이야."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네 장미를 그토록 중요하게 만든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이야."
"나는 아저씨가 준 양이 있어.
그리고 양을 넣어 둘 상자가 있고, 또 부리망이 있고..."
그는 나무가 넘어지듯 조용히 넘어졌다.
모래 때문에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
동화처럼 읽었던 소설.
서른 한살에 다시 읽고 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