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terature

칠면조 (The Turkey) - Flannery O'Connor, USA 1948

by 토마스 만 2020. 5. 19.
반응형

 

칠면조 (The Turkey) - Flannery O'Connor, USA 1948

 

그의 총들이 나무의 갈빗대 틈에서 강철 빛을 냈고, 그는 입을 살짝 벌리고 소리를 내는 듯 마는 듯 말했다.

"좋아, 메이슨, 넌 여기까지야. 장난은 끝났어."

 

놈을 어깨에 둘러메고 집에 갔을 때 식구들이 소리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룰러가 야생 칠면조를 잡았어! 룰러! 그 야생 칠면조를 어디서 잡은 거니!"

 

헤인은 칠면조를 잡은 적이 없었다. 헤인은 어떤 것도 잡은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늘 그와 헤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런 뒤 두사람은 룰러와 헤인처럼 싸웠고, 그러면 룰러는 때로 여러가지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왜 룰러는 그렇게 혼자서만 노느냐고 물었는데, 어머니가 자기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자기만 좋다면 혼자서 노는 게 무슨 문제냐고 대꾸했다.

 

"빌, 너는 수색대를 데리고 사우스캐니언으로 가. 조, 너는 협곡으로 둘러 가서 앞을 막아. 나는 이리로 놈을 쫒아가겠어."

 

나는 놈을 잡을 거야, 놈이 자기가 똑똑한 줄 알면 착각이야,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치사한 장난에 걸려든 것 같았다.

 

"예루살렘의 염병할 하느님 맙소사." 그가 말했다.

그는 땅에 누웠다.

웃느라 얼굴이 빨개졌고 몸에 힘도 없었지만, 어머니가 그의 염병할 머리를 때리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그 말을 계속 되풀이했고, 얼마 후 웃음이 멈추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자기를 비웃는 것 같았다.
우라질, 그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일어나서 누군가의 다리를 강하게 뻥 차면서
"이거나 받아라, 멍청아" 하고 소리치고는 숲으로 들어가 집으로 가는 빠른 길에 올랐다.

 

그는 걸음을 멈출 뻔했다. 그건 나쁜 생각 같았다.
갑자기 자신이 '나쁜 물'이 들고 있는 건가 싶었다. 헤인처럼.

헤인은 열다섯 살 때부터 그렇게 되었다.

나는 더 나쁜 것 같아.

 

놈이 풀숲가에 쓰러져 있었다.
룰러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룰러가 칠면조를 가져왔어. 룰러가 숲에서 가져왔어. 추격해서 잡았어. 맞아, 정말로 특이한 아이야.
룰러는 갑자기 자신이 특이한 아이인지 궁금했다.
다음 순간 그는 깨달았다... 자신은... 특이한... 아이란 걸.

 

때로 그가 밤에 귀를 기울이면 부모님이 서로를 죽일 듯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아이 같았다.

그래서 칠면조가 온 것 같았다.

하느님은 그가 나쁜 물이 들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칠면조를 발견하기 전에 자신이 했던 생각들을 떠올렸다.
그건 나쁜 생각들이었다.

하느님이 늦게 전에 그런 생각을 중단시킨 거야. 나는 감사드려야해. 고마워요.

 

뒤를 한 번 돌아보니 시골 소년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길에는 이제 사람이 없었다.

 

"제발! 지금요." 그말을 한 순간 - 바로 그 순간 - 헤티 길먼이 길 앞쪽 모퉁이를 돌아 그에게 걸어왔다.
그는 아까 나무를 들이받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시골 소년들의 발소리가 뒤에 바짝 다가온 것을 알아차리고, 아무 생각 없이 돌아서서 너그럽게 물었다.

"칠면조 보고 싶어?"

아이들은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앞쪽의 한 명이 침을 뱉었다.
"칠면조 어디서 났어?"

 

룰러는 아이들이 다음 블록에 갔을 때에야 움직였다.
아이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이미 멀어져 있었다.
그는 숨을 죽이고 집을 향해 돌아섰다.
그는 점점 속도를 붙였고, 집과 이어진 도로에 올랐을 때에는 심장도 다리만큼이나 빨리 뛰었다.

무시무시한 어떤 것이 팔에 힘을 주고 손가락을 구부린 채 자신에게 달려든다고 그는 확신했다.

 

...

 

끔찍한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마주하고

다시 도망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