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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프랜시스 매컴버의 짧았던 행복 (The Short Happy Life of Francis Macomber) - Ernest Hemingway, USA 1936

by 토마스 만 202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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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매컴버의 짧았던 행복 (The Short Happy Life of Francis Macomber) - Ernest Hemingway, USA 1936

"자, 사자를 위하여!"
로버트 윌슨이 건배를 제안하며 말했다.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어요."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자신의 막사로 건너갔다.
울음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그녀가 입고 있는 장밋빛 햇볕 차단용 셔츠 안에서 떨리는 어깨를 볼 수 있었다.

"잊어야겠죠." 매컴버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날 위해 한 일만은 잊지 않을 거요."

여자들이란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동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가장 고약하고, 잔혹하고, 약탈적이며, 또한 매력적인 동물이지.
그들은 냉담함을 이용해 남자들을 약하게 만들거나 혼을 빼놓지.
아니면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을 만한 남자를 고르거나.

이 여자가 남편을 제대로 엿 먹이는군, 하고 로버트 윌슨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 일의 시작은 전날 밤 그의 귓속으로 파고든, 강 위쪽 어딘가에서 들려온 사자의 포효였다.

그가 아는 건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 다리가 제대로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손가락이 부러질 만큼 힘껏 방아쇠를 당겼지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제야 안전장치가 걸려 있음을 깨닫고는 소총을 내려 안전장치를 푼 뒤 발을 앞으로 옮겼다.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이 뛰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신이 완전히 나간 상태로 강 쪽의 개활 지를 미친 듯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매컴버에게 마고는 이혼하기엔 너무도 아름다웠고,
마고에게 매컴버는 떠나기엔 너무도 아까운 엄청난 재력의 소유자였다.

"어딜 갔었어?"
"바깥바람 쐬러 갔었다고 했잖아요."
"그 짓에 새로운 이름이 붙었군, 개 같은 년."
"겁쟁이 주제에."

"잘했어요." 윌슨이 말했다. "멋진 솜씨였습니다. 세 마리 다 잡았어요."
매컴버는 취한 듯 의기양양했다.

뿔이 달린 코는 쳐들고 있었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입은 꽉 다문 채로 거대한 머리를 내밀며 달려왔다.
매컴버는 놈의 널직한 콧구멍을 겨냥해 다시 총을 쏘아 댔고, 놈의 뿔은 심하게 흔들리며 조각조각 깨지며 날아갔다.
악에 받친 놈의 작은 눈과 아래로 바짝 숙인 머리를 본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서 폭발이 일어난 듯 백색 섬광이 번쩍이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느낀 전부였다.


...
씁쓸한 인생,
짧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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