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 Ernest Hemingway, USA 1952
그는 너무도 소박해서 자신이 언제부터 겸손해졌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겸손하다는 건 알고 있었고,
겸손은 하찮을 것도 아니고 자부심을 잃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육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상관이람,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난 언제나 아바나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의지해 돌아갈 수 있어.
해가 지려면 아직 두 시간이 남았고, 그전에 녀석이 올라올지도 몰라.
그때까지 올라오지 않는다면 달과 함께 떠오를 거야.
그때까지도 올라오지 않는다면 내일 아침 해가 뜰 때엔 올라오겠지.
내 몸은 아직 뻣뻣하지 않고 팔팔해.
주둥이에 낚싯바늘을 꿰고 있는 건 녀석이야.
그런데도 저렇게 끌고 다니니 참 대단하군.
철사 목줄에 주둥이가 단단히 걸린 게 틀림없어.
녀석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한 번이라도 볼 수만 있다면 어떤 녀석인지 알 수 있을 텐데.
몽둥이로 놈들을 때려잡기에는 난 너무 늙었어.
하지만 노와 몽둥이와 키 손잡이가 있는 한 끝까지 싸워는 볼 거야.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야, 하고 그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 모든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고기를 잡은 적도 없고, 그저 신문지를 깔고 침대에 혼자 누워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인간은 결코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
시련이 닥칠지라도,
좌절 금지.
겸손과 용기, 희망을 잃지 않는
숭고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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