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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시계 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 Anthony Burgess, UK 1962

by 토마스 만 202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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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 Anthony Burgess, UK 1962

 


자, 이제 어떻게 될까?

 

그 다음 차례는 자선을 베푸는 일이었는데,

그건 먼저 돈을 써 버림으로써 상점 털기 같은 짓을 할 동기를 만드는 일이었을 뿐 아니라

또 우리의 알리바이를 미리 돈으로 사는 일이기도 했지.

 

나는 마치 파도 거센 바다 위에서 배를 탄 이발사처럼 면도칼을 휘둘렀고,
기름기 흐르는 더러운 얼굴에 칼질을 해서 놈을 잡으려 했지,
그래서 여러분, 나는 왼쪽으로 두 번 세 번, 오른쪽으로 두 번 세 번씩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듯이 놈의 왼쪽 뺨, 오른쪽 뺨에 만족스럽게 칼질을 했어.

 

놈이 그것을 쳐들자 뱀처럼 쉭 소리가 났지.

놈은 내 눈퉁이 부근을 예술적으로 우아하게 맞혔는데 난 용케 제때에 눈을 감을 수 있었어.

 

"좋아, 좋아, 자네들. 우리 또한 법을 안다는 것과

법을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하지."

 

영화가 끝나고 이 브로드스키 박사라는 작자가 지겨워서 하품하는 듯한 목소리로 다음같은 말을 했을 때,

그게 얼마나 굉장한 안도감을 주었는지 상상할 수 있을 거야.
"내 생각으로 첫날 치고는 충분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브래넘?"

 

형제들,

맞는 게 때리는 것보다 낫다는, 나답지 않은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잠을 자야만 했지.

 

그 순간 난 아주 잽싸게 멱따는 면도칼을 꺼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
갑자기 밀려오는 사람 잡는 진통 때문에 싸움의 즐거움이 고통을 맛보게 되리라는 공포로 바뀌기 전에 말이야.

 

"제발 댁을 위해 뭐라도 하게 해주세요."
그러고는 주머니를 더음었는데, 멱따는 면도칼밖에 없었지.

그래서 그걸 꺼내서 놈에게 주면서 말했어.
"제발 이걸 받아주세요. 조그만 선물이에요. 가지라고요."


그래서 다시 가져다 놓고 아주 큰 책, 소위 성경이란걸 꺼냈는데,

혹시 옛날 국교 시절처럼 위안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에 그걸 들고 비칠거리며 의자로 가 앉아 읽었지.
그런데 내용이라고는 일흔 번에 일곱을 곱해서 서로 때리고 욕하고 두들겨 패는 유태인들 이야기뿐이어서

또다시 속이 메스껍게 되었지.


"얘야, '당'이 너의 도움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그런데 거실 탁자 위에 널려진 책과 신문 같은 것을 보고는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공립 도서관에서 늙은이들을 만나기 전에, 또 딤과 빌리보이 놈이 경찰로 변장해서 나를 검문하기 전에

내가 뭘 원하고 있었는지 기억해 냈지.
그건 나 자신을 포기해 버리는 것, 끝장을 보는 것,

이 사악하고 잔인한 세상을 아주 떠나버리는 것이었어.


"자네는 치료가 된 것 같아."

 

아, 그건 황홀했고 맛깔스러웠어.

스케르초 부분에 이르렀을 때 아주 날렵하고 신비한 발로 뛰어다니면서 멱따는 면도칼로 신음하는 이 세상의 낮짝 전부에 조각하는 내 모습을 보았지.

그러고는 느린 악장으로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합창이 나오는 아름다운 악장이 기다리고 있었지.

난 제대로 치료가 된 것이야.


"자, 그럼 이젠 어떻게 될까?"

 

아마 그걸 거야, 난 계속 생각했지.

아마 나도 이때껏 살아온 삶을 살기엔 너무 늙었는지 몰라.
여러분, 난 열여덟이야. 이제 막. 열여덟이란 어린 나이가 아니지.

 

그리고 내가 지금 가는 곳은, 여러분, 여러분은 갈 수 없는 나 혼자만의 길이야.


여러분들은 가끔씩 과거의 알렉스를 기억하라고.

아멘. 염병할.

 

 

​...

 

국가의 통제, 탄압.

정치적 이해관계.

 

인간의 자연 본성보다 강할 수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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