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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세계의 수도 (The Capital of the World) - Ernest Hemingway, USA 1936

by 토마스 만 202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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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수도 (The Capital of the World) - Ernest Hemingway, USA 1936

 

그는 잘 다듬어진 검은 몸의 곱슬거리는 소년으로,
치아도 고르고 피부도 누나들이 부러워할 만큼 고왔다.
그는 야회복 차림으로 밝은 불빛 아래서 깨끗한 리넨을 들고 일하는 것이 좋았으며,
먹을 것이 풍부한 루아르카의 부엌은 그의 눈엔 낭만적이리만치 아름다워 보였다.

 

루아르카를 떠나 더 좋고 비싼 호텔로 옮긴 투우사는 한 명도 없었다.
2급 투우사들은 결코 1급 투우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정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제들과 스페인 경찰들은 죽여 버려야 한다는 키 큰 종업원의 말을 들을 때면 늘 흥분이 되곤 했다. 키 큰 종업원이 그에게는 곧 혁명이었고, 혁명은 곧 낭만이었다.
파코는 선량한 가톨릭 신자도 되고 싶고 혁명가도 되고 싶었으며, 동시에 투우사도 되고 싶었다.

파코가 사제들이 쓰던 냅킨 한 장을 접어서 발꿈치를 바닥에 붙이고 똑바로 선 채 냅킨을 아래로 내려뜨렸다.
그러고는 베로니카 동작을 취하며 몸을 돌려 오른쪽 다리를 살짝 앞으로 내밀고는 상상의 황소를 부 번 통과시킨 다음,
약간의 사이를 두고 다시 세 번째로 통과시켰다.
느리지만 완벽한 타이밍,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룬 동작이었다.
그러고는 허리에 냅킨을 대고는 엉덩이를 흔들며 황소에게서 빠져나왔다.
중간 베로니카 동작이었다.

 

파코가 돌진하듯 다가오는 황소를 지켜보며 왼쪽 발을 2인치쯤 앞으로 내디뎠을 때,
칼은 그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치 와인 부대 속으로 들어오듯 그의 몸속으로 쑥 미끄러져 들어왔다.

 

응급 구호소 의사가 엔리케의 팔을 붙들고 있는 경찰관 한 명과 함께 께단을 오르고 있을 때
파코의 누나 둘은 여전히 그란 비아 영화관에 있었는데, 영화에 완전히 실망한 상태였다.
머리가 희끗한 기마 투우사는 해진 옷 같은 창녀 둘이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끝도 없이 술을 마신 후,
둘 중 하나와 카페를 나왔다.
겁쟁이가 돼버린 투우사가 술을 사주곤 하던 여자였다.

 

그에게는 일주일 동안 마드리드 사람들을 실망시킨 그레타 가르보의 영화에 실망할 시간조차 없었다.

 

 

 

...

흔한 이름의

별 볼일 없고 허무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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