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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청결하고 불빛 밝은 곳 (A Clean, Well Lighted Place) - Ernest Hemingway, USA 1933

by 토마스 만 202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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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하고 불빛 밝은 곳 (A Clean, Well Lighted Place) - Ernest Hemingway, USA 1933

 

"지난주에 자살해 버리지 그러셨어요." 그가 귀먹은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이 손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 "조금 더."

 

"자넨 젊고, 자신감 넘치고, 일자리도 있지." 나이가 위인 웨이터가 말했다.
"자넨 모든 걸 갖고 있지."
"그럼 아저씨는 뭐가 없는데요?"
"일 빼곤 모두 다."

 

"난 카페에 늦게까지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하나야.
밤이면 잠 대신 불빛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카페에 있고 싶어."
"전 집으로 가서 잠자리에 들고 싶어요."
"우린 서로 다른 종류의 인간이지. 난 밤마다 카페 문을 닫는 게 싫어.

카페 문이 열려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봐."

 

그 노인은 무엇이 두려웠을까?
아니, 그가 느낀 건 두려움이 아니었을 거야.

그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허무를 느꼈을 거야.
모든 게 허무하니까, 인간마저 허무하니까.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불빛과, 어느 정도의 청결함과 정돈된 상태일 거야.

 

"불빛이 아주 밝고 쾌적하긴 한데, 카운터가 깨끗이 닦이지는 않았군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는 술집이 싫었다.

청결하고 밝은 불빛의 카페는 그런 술집과는 아주 달랐다.

 

...

 

남은 삶이 적을수록

허무함은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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