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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루이센 (Luischen) - Thomas Mann, Deutschland 1900

by 토마스 만 202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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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센 (Luischen) - Thomas Mann, Deutschland 1900

 

아무리 뛰어난 문학적 상상력으로도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결혼이 있다.
그것은 연극에서 서로 상반되는 것끼리의 결합, 즉 늙고 어리석은 것과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것의 위험한 결합처럼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소극에서는 그런 모순적인 것끼리의 결합이 극의 구성적인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 이 세상 어디에도 그만큼 공손하고 친절하고 양보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그의 지나친 친절함과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태도가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강요된 것이고, 또 그의 소심함과 불안에서 비롯된 것임을 느꼈기에 그의 그런 태도를 별로 유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잘 들어요, 우리 둘이 같이 해요. 그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는 동안 우리 둘이 반주를 넣는 거에요.
의상은 내가 준비할게요."
야릇한 전율과 발작과도 같은 참을 수 없는 폭소가 두 사람의 사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천재적인 발상에 가까운 급격한 전환을 통해 그 대목에서 올림바장조 대신 그냥 바장조로 갑작스레 바뀐 것이다.
길게 늘어지는 <루이센>의 두 번째 음절에서 페달의 사용과 동시에 이루어진 이 예기치 못한 조바꿈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놀라운 효과를 냈다. 이것은 얼을 빼는 완벽한 기습이자,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급격한 전율이자, 기적이자, 폭로이자, 잔인할 만큼 갑작스러운 베일 벗기기이자, 막을 찢는 도발이었다.

 

암라 야코비와 알프레트 로이트너는 서로 등을 돌린 채 여전히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로이트너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바장조로 넘어간 자신의 음악에 아직 귀를 기울이는 듯했고, 참새 머리처럼 멍청한 뇌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도저히 파악할 능력이 없는 암라는 멍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조종당하는 인생의 끝은 파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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