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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Rikos Ja Rangaistus) - Aki Kaurismaki, Finland 1983
<히치콕과의 대화>라는 유명한 책에서 앨프리드 히치콕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같은 문학의 고전을 영화화할 생각도 없으며,
또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아마 원작만큼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는 수많은 단어들이 있는데, 자기로선 그것들을 영화언어로 적절하게 ‘번역’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가의 신중한 경구는 그 나중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종종 감화를 주기도 하지만, 때론 다분히 치기 섞인 반발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히치콕이 <죄와 벌>을 영화화하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구절을 읽고 난 영화감독 지망생이던 핀란드의 한 괴짜 청년은 후자쪽의 의견을 갖게 되었다.
“나중에 내가 영화감독이 된다면 정말이지 <죄와 벌>부터 영화로 만들어보리라” 는 식으로 다소 ‘오만한’ 생각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뒤에 그는 그런 자기 생각을 실천해버렸다.
- 씨네 21 -
벌레를 찍어 죽이는 것, 소, 돼지를 도축하는 것은 '정당한' 살생이다.
이 제도 속에서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당한' 살인도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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